ESL은 English as a Second Language의 줄임말로 비영어권에서 태어나고 자란 학생이 영어를 제2국어로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현지 교육 프로그램이다. 기본적으로 영어 실력이 부족한 이민자 또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고 해당 국가의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여 원활한 생활 또는 학업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주는 교육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주 어릴 때 영어권 국가에서 생활을 하거나 통상적인 엘리트 코스(영어 유치원-초중고 국제학교-미국 또는 영국 대학교)를 밟지 않은 경우라면 이민이나 유학을 결심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ESL 수업을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정확히 ESL을 들어야하는 학생의 나이대는 어떻게 될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ESL 과정이 필요한 최연소 나이대는 평균적으로 13~15세라고 생각한다.
13세 이전에 영어권 나라로 이주를 하고 그곳에서 오랜 생활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하고 모국어만큼 또는 그보다 더 나은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영어를 언어 그 자체로서가 아닌 하나의 과목으로서 접하게 되며 모국어 위에 의도적으로 탑재해야 하는 상황을 면치 못한다.
무언가를 의식하며 의도적으로 한다는 것은 무의식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것보다 그 과정이나 결과물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게 되어 있다. 물론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긍정적인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는 건 우리 모두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특정 나이(13세~15세)를 지나고 영어를 모국어 수준까지 자연스럽게 끌어 올리는 방법은 없을까?
안타깝지만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없다'이다. 제아무리 긍정적인 사람일지라도 새로운 정보를 머릿속에 입력하고 활용하는 것은 그에게 부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느껴질 것이다. 인간은 익숙지 않은 새로운 것을 처음 접할 때 뇌과학적으로 거부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기나 어린아이들은 그러한 거부 반응 자체를 무력화시킨다. 새로움에서 나오는 알레르기 반응이 그들에게는 없다. 그저 시도하고 실패하고 또다시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결국에는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기가 걸음걸이를 띠는 것이거나 어린아이가 영어를 터득하는 것이거나, 종목은 상관없다. 따라서 무언가를 숙련된 경지까지 자연스럽게 습득한다는 말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 일이 될 때까지 반복해서 실행한다는 뜻이다.
무수한 생각에 우리의 뇌가 잠식되는 순간 배움이라는 과정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청소년기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잡념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거부감, 회피, 쾌락의 추구라는 ‘뫼비우스의 띠(Möbius strip)’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그렇게 살다 가고 싶으면 그리해도 된다. 하지만 매번 피하고 옹졸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얼마 안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길 바란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한정돼 있고 그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머릿속에 존재하는 잡념을 최대한 없애고 한 가지 일에 몰입(Flow)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한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을까? 몰입의 방아쇠(Flow Trigger)는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에서부터 나온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세상에는 많은 유형의 질문들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질문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 없이 답할 것이다. 그건 바로 ‘Why?’라고 말이다. 타인에게서 얻는 조언은 들을 때는 그럴싸하게 들려도 결국 우리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이미 머릿속에 존재하는 다른 무수한 생각들이 그것을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의 생각에 남게 되는 정보는 내가 옳다고 믿는 것만이 남아 있게 될 뿐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옳고 그름을 정하는 기준은 본인의 Why에 의해 결정된다. 결국 인간은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결국 우리 모두가 하는 행위는 자신의 Why라는 기준에 따른 선택의 결과물일 뿐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나를 찾아오는 수강생들에게 항상 먼저 질문한다. ‘왜 영어를 배우려고 하세요?’ 대부분의 답변은 다들 익히 알고 있는 진부한 내용뿐이다. ‘좋은 대학에 가려고요.’ ‘시험 점수(수능, 토익, 토플, 아이엘츠)를 올려야 해서요.’ ‘회사에서 영어를 많이 써야 하는 업무를 맡게 됐어요.’ 나도 수강생을 모집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그 대답에 응해주곤 한다. 하지만 내가 듣고 싶은 그들의 진짜 ‘Why’는 더 깊은 내면에 위치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먼저 알아내고, 찾아내고, 끄집어 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만의 진실한 Why를 깨닫는 것이야말로 저주받은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버리는 첫 발걸음이니까..
ESL 학생으로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든, 미술 학원을 다니며 입시를 준비하는 것이든, 헬스장을 끊고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든, 먼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스스로에게 ‘Why?’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