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

2024-03-12 16:58

박주완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행위는 감정적 또는 이성적 판단을 수반한다. 여러 각도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형태의 질문과 답변이 존재하겠지만 결국 개개인의 감정과 이성을 투영하여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보통의 사람이 살면서 겪는 당연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다 보면 많은 생각이 들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어느 경우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너무나 명백하고 투명할 것이며 어떨 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처럼 헷갈리고 뿌열 것이다. 만감이 교차하고 사색에 잠길 수도 있다. 이렇게 셀 수도, 가늠할 수도 없는 감정적, 이성적 요소들의 결합과 분해 사이에서 한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존재의 이유에 대한 답변을 찾는데 도와줄 수 있는 희망선이 있다면 그 것은 바로 ‘열정’과 ‘냉정’일 것이다.

우리가 직면하는 감정과 생각은 많은 질문에 대한 답변의 근간이 된다. 그리고 그것들에 의해 최적화된 판단과 결정을 실행으로 옮기면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살것인지,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느 곳에 있는지와 같은 난제가 명료해진다. 따라서 각자가 이루기 위해 앞으로 달려나가는 여정으로부터 탈선하는 확률은 저절로 줄어들게 되어 있다. 이러한 주장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공상적 이상주의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유토피아적 이념을 현실화시킬 수 없을진 몰라도 최소한 한 개인의 인생을 바꿀 수는 있다고 필자는 굳게 믿는다. 수백개 또는 수십개의 감정적, 이성적 요소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 다차원적 스펙트럼에서 벗어나 모든 요소를 이차원적 범위로 귀결시키면 ‘열정'과 ‘냉정'이라는 극히 양극화 됐지만 어떻게 보면 모든 생각과 판단의 기준을 단순화시킬 수 있는 내적 잣대를 만들 수 있다.

‘열정'과 ‘냉정'의 관계를 줄다리기에 비유해 보자. A팀과 B팀이 양끝에 밧줄을 잡고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호각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호각이 불리자마자 기세는 A팀으로 단번에 넘어오면서 B팀은 추풍낙엽처럼 하나 둘 쓰러지고 영락없이 A팀 쪽으로 끌려간다. 그도 그럴 것이 A팀은 건장한 체격의 보디빌더로 구성되어 있지만 B팀은 비교적 왜소한 체격의 중장거리 달리기 선수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A팀원들은 승리를 확신하고 더 힘차게 당긴다. 상대팀은 안간 힘을 다해보지만 밧줄의 Momemtum이 그들쪽으로 넘어올 여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B팀은 되든 안되든 계속 밧줄을 당기고 또 당긴다. 그들이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데 그건 바로 이 줄다리기 시합에 특별한 승리 조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 경기는 각 팀이 줄을 당기는 방향으로 20km나 떨어진 곳에 있는 깃발을 뽑아야 비로소 승리를 거머 쥐게 되어 있던 것이다.


줄다리기의 전세는 A팀쪽으로 계속 기운다. 하지만 시작점부터 깃발이 꽂혀있는 곳까지 반쯤 왔을까? 어느 순간 미동도 하지 않던 그들의 기력이 차차 떨어지면서 힘의 균형이 B팀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시합의 중반을 넘어가면서 초반에 우세를 가져다 준 A팀의 폭발력이 다하고 B팀의 지구력이 빛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점점 더 B팀으로 넘어가며 곧 전세가 뒤바뀐다. 줄은 어느새 시작점으로 돌아왔고 B팀 깃발에 더 가까워 지는 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A팀도 그 사이 체력을 회복했는지 힘껏 밧줄을 당겨 단숨에 본인들의 진영으로 B팀을 다시 끌고 온다. 이러한 패턴으로 양팀의 기세가 엎치락 뒤치락 하며 시합의 결과는 누구도 예상치 못하는 양상을 띠게 된다.

결국 결말이 나올 기미 조차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고 양쪽 모두 지쳐만 간다. 이처럼 시간 제한없이 너무 먼 곳에 위치한 승리의 깃발만 바라보는 경기는 관람하는 관중도 선수들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모든 스포츠 경기나 시험, 그 외 승패나 평가가 수반되는 결정에는 필수부가결한 조건이 있기 마련이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시간’이다. 주어진 시간 안에 어떠한 결정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겨서 결과를 내야하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다. 적어도 문명이 발달된 사회에서는 이보다 진실된 말은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는 때로 열정(보디빌더로 구성된 A팀)을 주체하지 못한 채 전력질주 하다가 냉정(중장거리 달리기 선수로 구성된 B팀)이라는 브레이크에 걸려 뒷걸음 치기도 하며 양쪽을 옥신 각신하지만 줄다리기 시합과는 다르게 시간에 제한을 두고 결국 어느 시점에 결정을 내린다. 여기서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나아갈 것인가. 결국 이 두가지 선택 옵션으로 모든 결정의 선택지가 귀결된다.

결국  선택은 우리 자신이 하게 된다극히 개인적이고 단편적인 소견이지만 우리의 마음(줄다리기 줄의 중점) 냉정쪽에 기울어져 있으면 포기할 확률이 높아지고 열정 진영에 위치하고 있다면 앞으로 계속 나아갈 확률이 높다하지만 비단 냉정 때문이 아니라 어떤 다른 열정을 새로이 찾아 내느냐에 따라 기존의 열정이 사그라질지도 모른다반대로 냉정에 기운 선택으로 인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수도 있다이분적인 잣대라고 할지라도 개개인의 기준과 성향성격에 따라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각기 다를 것이고  결과 또한 모두 다르기 마련이다그렇다면 어떠한 결정을 어느 시점에 내려야 우리에게 최선의 결과값을 가져다 줄까그리고 그 무엇보다 열정이란 건 도대체 어떻게 찾아내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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